-
목차
『돌이킬 수 없는 약속』 📘 도서 소개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일본 스릴러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야쿠마루 가쿠의 손에서 탄생한 심리 서스펜스 소설입니다. 원제는 『許されざる者』로, 직역하면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죠. 이 제목만으로도 이 소설이 얼마나 도덕적, 감정적으로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상상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의 저자 야쿠마루 가쿠는 전직 회사원 출신으로, 사회파 추리소설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작가예요. 그는 청소년 범죄, 소외된 인물들, 인간 내면의 어둠을 다루는 데 탁월한 필력을 자랑하죠. 특히 《천사의 나이프》로 나오키 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도 인정받았고, 이후에도 《비틀린 유대》, 《추락》 등 묵직한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그 중에서도 범죄와 용서, 복수를 가장 정면으로 다룬 소설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 구조를 넘어서, “과거를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갈 것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집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사회가 쉽게 낙인을 찍는 방식,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절절한 심리를 고스란히 그려냈습니다.
스토리 라인도 탄탄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인물의 감정 묘사와 서서히 조여오는 서스펜스 구조에 있어요. 복수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그 복수가 정말 정의로운가에 대한 회의와 인간적인 갈등이 끊임없이 따라붙습니다. 무엇보다 야쿠마루 가쿠는 인물 하나하나에 입체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며, 독자 스스로가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어요.
이 책은 법과 도덕의 경계,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뒤바뀐 위치에 대해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깊은 공감과 동시에 강한 분노,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죠.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간단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윤리적 질문이 살아 숨쉰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줄거리
어느 여름날의 기억. 그날의 햇살은 눈부시게 찼지만, 한 소년의 생은 그 자리에서 무참히 꺾였다. 단지 열네 살이었던 피해자는 또래 소년 세 명에게 무자비하게 목숨을 빼앗겼고, 그 끔찍한 사건은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그 다음에 찾아왔다. 가해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 너무 어려서 형사 처벌이 불가능했던 그들은, '소년'이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으며 세상 밖으로 다시 걸어 나왔다. 피해자의 가족은 울부짖었고, 세상은 고개를 저었지만, 현실은 그저 그렇게 흘러갔다.
세월이 흘러 14년.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지만, 상처는 결코 그렇게 간단히 아물지 않는다. 하세가와 타쿠미, 그는 그날 이후로 멈춰버린 시간 속에 살아온 사람이다.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평범했던 삶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누구도 그의 고통을 감당해주지 않았고, 법도 그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이 세상 누구보다 조용히, 그리고 누구보다 철저하게 그날의 "약속"을 지키기로.
그렇게 과거의 가해자 중 한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채 발견된다. 경찰은 곧장 복수의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과거의 사건 기록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사건은 단순하지 않다. 남겨진 가해자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그들 모두가 똑같이 악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모순이 존재했다.
누군가는 후회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정당화하며 살아간다. 또 어떤 이는, 용서를 구할 자격조차 없다며 스스로를 벌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복잡하게 얽힌 감정선 속에서, 진짜 괴물은 누구인지 점점 흐려진다. 피해자와 가해자, 가해자와 피해자, 그 경계가 점점 흐릿해질 때쯤, 독자는 그들 모두의 삶을 따라가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
하세가와는 망설인다. 그는 피해자의 가족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위기에 놓인다. 복수의 날카로운 칼날은 결국 자신도 찌르게 마련이기에. 하지만 그가 져버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과거 동생의 무덤 앞에서 자신에게 한 다짐, ‘절대 잊지 않겠다’는 약속, 그리고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맹세다.
이 소설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그것은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미움과 슬픔, 후회와 연민,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기묘한 이해와 연결의 이야기다. 가해자들도 또한 자신만의 지옥을 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삶을 꾸리며 도망치듯 살아가고, 누군가는 과거의 자신과 싸우며 날마다 자책 속에 잠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인물은 오오카와라는 남자다. 그는 한때 가해자였지만, 지금은 하세가와의 주변에서 조용히 맴돌고 있다. 그의 눈빛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고, 그의 말에는 어떤 고백이 묻어난다. 하세가와는 그를 증오해야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흔들린다. 이 남자도 피해자인가? 아니면 단지 잘 연기하는 위선자인가?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달으며, 또 다른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날의 진실은 우리가 처음 알았던 것과는 조금 달랐고, 복수의 이유도, 가해자의 죄도, 피해자의 고통도 단선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무게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하세가와는 그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진정한 의미를 마주하게 된다.
그 약속은 단지 복수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다짐이었다. 법이 해주지 못한 정의, 세상이 주지 못한 위로,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에게 약속한 구원의 가능성.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용서란 가능한가?"
"그날 이후 멈춰버린 사람의 시간은, 어떻게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가?"
"누가 누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용서는 누구의 몫인가?"『돌이킬 수 없는 약속』은 그런 질문들 앞에 우리를 멈춰 세운다.
말 없이 눈물이 흐르는 순간, 우리는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 어쩌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평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으며 가장 강렬하게 느낀 감정은 ‘무력감’과 ‘씁쓸함’이었습니다. 보통 복수를 다룬 소설은 그 자체로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하죠.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릅니다. 오히려 복수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상처 입히는지 조목조목 보여줍니다. 독자는 복수의 과정에서 기대하는 정의 실현의 쾌감보다는, 복수마저도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죠.
야쿠마루 가쿠의 글쓰기는 놀라울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따뜻합니다. 특히 인물들이 느끼는 죄책감이나 회한,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결코 과장되거나 감정적이지 않게 서술되죠. 그는 말 그대로 ‘감정을 문장으로 번역하는 장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물들은 모두 회색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독자는 “과연 이 사람은 진짜 가해자인가?”, “이 인물은 용서받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게 돼요. 그리고 그 답은 끝까지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죠. 오히려 작가는 그 불편한 질문을 독자에게 남긴 채, 각자 생각해보기를 요구합니다. 이 점이 이 책을 단순한 서스펜스 소설이 아닌, 철학적 독서로 끌어올려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스토리 전개는 매우 치밀하고 계산적입니다. 한 줄의 문장, 작은 행동 하나에도 복선이 깔려 있어서, 중반을 넘어서면 독자 스스로가 탐정이 된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특히 반전이 정말 강력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이 후반부에 와서 의미를 드러내는 순간, 진정한 ‘아하!’의 쾌감이 찾아오죠.
이 작품은 ‘소년법’이라는 일본 사회의 예민한 주제도 건드립니다.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과 사회의 책임, 그리고 제도적 허점 등,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아 현실감도 매우 높아요.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픽션으로만 읽히지 않고, 현실의 무거운 문제의식을 함께 짊어진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제목인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의미입니다. 과연 그 약속은 누구와의 약속이었을까? 복수인가, 속죄인가, 아니면 살아남은 자로서의 책임인가. 작가는 독자가 이 의미를 각자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한번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마음속에서 울림을 남기는 그런 작품이에요.
'도서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의 역사” 유시민의 인문학 탐험기: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를 해부하다 도서 소개,줄거리,평가 (0) 2025.04.10 『군주론』 리뷰 – 마키아벨리와 권력의 본질, 냉정하게 직시하기 도서 소개, 줄거리,평가 (0) 2025.04.09 『대도시의 사랑법』 서울에서 사랑하며 망가진 우리 모두의 이야기 도서소개,줄거리,평가 (0) 2025.04.08 오직 두사람- 김영하 도서소개,줄거리,평가 (0) 2025.04.08 『말의 품격』, 이기주 – 내 말에는 과연 ‘품격’이 있을까?도서 소개,줄거리,평가 (0)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