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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0.

    by. woosja

    목차

       

      “역사의 역사” 유시민의 인문학 탐험기
      역사의역사

      도서 소개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역사는 과거를 해석하는 현재의 이야기다.”
      『역사의 역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착각해온 ‘역사’라는 개념에 대해 뿌리부터 다시 묻는 책이다. 그리고 그 물음은 다름 아닌,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인물—작가이자 지식 해설자, 그리고 대중과의 통로가 되어주는 유시민—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기존의 역사책들과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 전쟁 연대기나 왕조의 부침, 위대한 인물들의 연설이 주를 이루는 역사서가 아닌, **‘역사를 기록해온 역사’**를 추적하는 메타 역사서라고 해야 할까. 유시민은 이 책에서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유명한 역사서를 골라내고, 그것을 읽고 해석하고, 다시 풀어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치 박물관에서 큐레이터가 전시된 유물들을 하나하나 해설해주듯, 저자는 역사서라는 지식의 고고학적 유물을 독자에게 유쾌하게 소개한다.

      그가 다루는 역사서는 그야말로 방대한 시공간을 넘나든다. 서양 고대사에서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동양의 사마천과 이븐 할둔, 중세의 성 아우구스티누스, 근현대의 마르크스와 토인비, 그리고 한국의 박은식과 신채호까지. 그 시대와 장소, 철학과 언어가 모두 다른 역사서들을 한데 모아놓고, 이 책은 하나의 질문을 향해 달려간다. “역사란 무엇인가?”

      흥미로운 점은, 유시민이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책 소개나 서평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는 역사서를 일종의 **“지성의 실험실”**로 보고, 그 안에서 당대의 가치관, 사회 구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런 통찰은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시대를 읽는 데에도 유효한 도구가 된다.

      책의 문장은 친근하고 유연하다. 딱딱한 사료와 추상적인 이론을 나열하는 대신, 저자는 대화를 하듯, 질문을 던지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때로는 논쟁적으로, 때로는 농담처럼, 하지만 항상 중심을 잃지 않는 시선으로 역사의 세계를 이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 비전공자도, 독서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문턱 낮은 인문서다.

      『역사의 역사』는 결국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는 과거를 기록한 것일까, 해석한 것일까? 진실을 담은 것일까, 권력의 도구일까? 이 책은 그런 물음표를 머릿속에 남기고, 조용히 퇴장한다. 독자는 그 질문을 안고, 비로소 자신의 역사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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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역사를 다루는 책은 많지만, 역사를 ‘어떻게’ 썼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은 흔치 않다. 『역사의 역사』는 바로 그 드문 영역을 탐험하는 책이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단순히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서술을 넘어서,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 ‘누가 어떤 의도로 역사를 쓰는가’, **‘우리가 지금 읽는 그 역사는 믿을 만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질문에 직접 답하기보다는, 동서양의 대표적인 역사서 열두 권을 독자와 함께 읽어가며 그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하나의 대표적인 역사서를 다룬다. 이때 유시민은 단순 요약자가 아니라, 일종의 독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는 원전의 복잡하고 난해한 구조와 언어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고, 그 안에서 보이는 역사관, 인간관, 시대정신을 짚어낸다.

      첫 장에서는 ‘역사서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다룬다. 유시민은 헤로도토스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한 기록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이자 민족적 상상력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당시의 이질적인 문화들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며, 신화와 현실을 넘나들던 시대의 사유 방식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유시민은 ‘진실’이란 단어조차 상대적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투키디데스다. 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냉정하고 분석적인 역사 서술을 시도했다. 유시민은 여기서 ‘객관성’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본다. 투키디데스는 직접 보고 들은 것에 근거하여 서술하며,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전쟁의 원인을 파헤친다. 이를 통해 유시민은 **‘역사란 인간 본성과 권력의 역학을 통찰하는 학문’**일 수 있음을 제시한다.

      그 다음은 동양으로 넘어와 **사마천의 『사기』**를 다룬다. 유시민은 사마천을 고통 속에서 탄생한 역사학자로 본다. 궁형을 당한 후에도 역사를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집념과, 인물 중심의 서술 방식에 감탄한다. 그는 『사기』의 핵심이 ‘사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한 연대기 이상의 생생한 서사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외에도 『역사의 역사』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레오폴트 폰 랑케의 역사학, 칼 마르크스의 유물사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윌 듀런트의 『세계사 이야기』, 그리고 한국 근대사의 시선을 담은 박은식과 신채호의 역사관까지 다룬다. 이쯤 되면 『역사의 역사』는 단순한 서평서가 아니라, **하나의 ‘지식과 통찰의 도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역사도 문학이다’**라는 관점이다. 유시민은 역사가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 사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는 작업임을 강조한다. 역사가가 어떤 사건을 선택하고 어떤 순서로 나열하느냐에 따라, 역사의 모습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객관성’이라는 단어는 결국 인간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 후반부로 가면 유시민은 이제 독자 스스로 ‘역사의 독자’가 아닌 ‘역사의 해석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읽고 믿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역사적 서술이 왜 그런 방식으로 쓰였는지, 그 안에 담긴 가치 판단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데 필요한 렌즈’**라고 말한다.

      결국 『역사의 역사』는 한 권의 책이라기보단 열두 권의 고전이 뒤섞인 지식의 향연이다. 유시민은 독자에게 역사서를 직접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지만, 읽고 싶게는 만든다. 그는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고, 그 질문의 답을 고전에서 찾아가는 여정을 즐기도록 유도한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하지 않다. 왜냐면 이 책은 이야기의 집합이자 질문의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덩어리는, 지금 우리의 삶과도 직결된 아주 현실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왜 과거를 기억해야 할까?”, “과연 지금 우리가 읽는 이 역사책은 진짜일까?” 그런 의문들 앞에서 『역사의 역사』는 단단하게 말한다.
      “역사는 누가, 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평가


      『역사의 역사』를 읽는 경험은, 마치 시간의 강을 따라 노 저으며 지성의 물결을 넘나드는 항해와도 같다.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는 고대 그리스의 광장과 로마의 정치회관, 중국의 황궁과 이슬람의 학문 도시, 중세 수도원과 혁명의 광장, 그리고 일제강점기 한국 지성의 골목길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유랑하게 된다.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유시민 특유의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풍성한 해설력이다. 그는 난해하고 두꺼운 고전 역사서들을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다. 단순한 요약이나 번역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역사관, 저자의 삶과 그 배경까지 꿰뚫어 보여준다. 예를 들어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설명할 때는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지 않고, “투키디데스는 최초의 ‘전쟁 심리 분석가’였다”는 해석을 덧붙이며 인물과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조명한다.

      또한 유시민은 객관성이라는 허상을 교묘히 해부해낸다. 우리는 흔히 역사책을 ‘사실의 나열’로 인식하지만, 그는 역사가의 선택과 의도가 얼마나 서술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거듭 강조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무엇이 쓰였는가”보다 “왜 그렇게 쓰였는가”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갖게 된다.

      단점이라면, 이 책은 엄밀히 말해 ‘정통 역사서’가 아니다.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배워야 하는 학생들이나, 디테일한 역사 지식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줄 수 있다. 또, 각 장에서 다루는 고전들이 너무 다양하고 깊어서, 한 권에 담기엔 살짝 ‘과부하’의 느낌도 있다. 때로는 더 읽고 싶은 갈증을 남기지만, 그 갈증조차 저자가 의도한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직접 읽어보라”고 말하지 않지만, 읽고 싶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책이 훌륭한 이유는, ‘지식’을 주려는 욕심보다 ‘생각’을 불러일으키려는 배려 때문이다. 유시민은 독자에게 과거의 진실을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진실을 바라보는 관점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관점의 충돌과 조화를 통해 독자가 자기만의 역사관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런 ‘사고 훈련의 장’이자, ‘지성의 체육관’이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독자는 어느새 스스로 역사를 의심하고, 질문하고, 해석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역사는 결코 지나간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써지고 있는 이야기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