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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5.

    by. woosja

    목차

      "왜 아직도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왜 아직도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도서 소개: "굶주림은 숙명이 아니라 범죄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원제: La faim dans le monde expliquée à mon fils)는 스위스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전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Jean Ziegler)**가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집필한 르포르타주이자 교육적 메시지가 담긴 책입니다. 제목만큼이나 강렬하고 직설적인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굶주림의 실체와 그 구조적 원인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이 있고 분노 가득한 시선으로 파헤칩니다.

      저자인 장 지글러는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로,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 특별조사관을 역임하며 세계 식량 문제에 맞서 싸운 인물입니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며 기아의 현장을 목격하고, 국제 정치와 경제가 어떻게 이 참혹한 문제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지를 분석해 왔어요. 이 책에서는 그런 그의 경험과 성찰이 10대 아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정제되어 담겨 있어, 누구든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출판은 갈라파고스 출판사에서 이루어졌으며, 국내에는 환경운동연합, 월드비전, 여러 진보적 NGO들이 이 책을 청소년과 성인에게 널리 추천하고 있습니다. 처음 출간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올 만큼,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토론되는 고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기아 문제를 넘어, 세계 자본주의의 탐욕, 농업 다국적기업, 불평등한 국제 무역 시스템, 그리고 소비 중심의 서구 사회의 책임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를 통해 ‘굶주림’이 단순히 가난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폭력과 정치적 무관심의 결과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일깨워 줍니다.


      📚 줄거리: 기아의 본질은 ‘결핍’이 아니라 ‘분배의 실패’

      책은 이런 시스템적 구조를 설명하면서도, 각 장마다 실제 사례를 통해 독자에게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줍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기근 시기에도 곡물은 수출되고 있었고, 수단 내전 시기에는 유엔 식량이 창고에 가득 쌓여 있었지만 배급되지 않았던 상황 등을 들며 **‘기아는 정치적인 살인’**임을 강조합니다.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단순한 통계나 지식 전달서가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설명하듯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가며, 독자에게 마치 눈앞에서 세계 기아의 실체를 목격하게 하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선사한다. 책은 아이의 순진한 질문, “왜 어떤 사람들은 밥을 못 먹는 거야?”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이 질문은 곧 세계 곳곳에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굶주림’이라는 현실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지글러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지만, 사실 지구는 모든 사람을 먹일 만큼의 식량을 이미 충분히 생산하고 있다고. 문제는 식량이 부족한 게 아니라, ‘누가 식량을 통제하고, 어떻게 분배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굶주림은 단순히 가난하거나 자연재해가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방치되고 강화된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세계 식량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농업 다국적 기업들의 존재를 조명한다. 이들 기업은 씨앗과 농약, 비료,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상품화하고 독점하면서, ‘식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 수단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들어버렸다. 특히 가난한 나라의 농민들은 매년 종자를 새로 사야 하는 구조 속에 갇혀 있으며, 이는 자립적인 농업을 무너뜨리고, 오히려 빈곤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또한, 국제 무역 시스템 역시 기아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선진국들은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럴 수 없다. 그 결과 값싼 농산물이 시장을 잠식하고, 현지 농민들은 생계를 잃는다. 게다가 IMF와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수출 작물 위주의 농업만을 장려하면서, 국가들이 자국민을 위한 식량을 재배할 여지를 없애버린다. 쌀보다 커피, 옥수수보다 바나나가 우선이 되는 것이다. 먹거리를 수출해 외화를 벌어야만 빚을 갚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정작 국민은 굶게 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식량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이 주식처럼 사고팔리는 시장, 즉 식량 선물 시장에서는 투기 세력들이 가격을 조작하고 이익을 챙긴다. 그들이 만든 가격 폭등은 고스란히 개발도상국 빈민층의 식탁에서 밥을 빼앗는다.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음에도, 가격이 감당되지 않아 굶는 사람들이 생긴다. 실제로 2008년 세계 식량 위기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지만, 이 위기의 본질은 투기꾼들의 계산기 아래에서 만들어진 인재(人災)였다.

      지글러는 이러한 구조적 기아를 ‘정치적 범죄’라고 부른다. 에티오피아 대기근 때에도 곡물은 계속 수출되고 있었고, 수단 내전 시기에도 유엔 식량이 창고에 쌓여 있었지만 배급되지 않았다. 굶주림은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정치적 무관심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즉, 기아는 지구상의 가장 조직적인 살인 행위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책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글러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기 위한 국제 연대의 노력들,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한 각국 시민단체들의 운동, 그리고 청소년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그는 "지식은 행동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는 그 진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차례라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왜 굶주리는가’에 대한 단순한 해답이 아니라, ‘왜 우리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한 줄의 통계보다 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건, 바로 그 굶주림 뒤에 있는 우리의 ‘무관심’이라는 사실이다. 지글러는 그 무관심을 깨우고자 이 책을 썼다. 그리고 독자는 그 이야기 속에서, 비로소 나의 삶이 누군가의 굶주림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 평가: "불편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분명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문장 자체는 쉬울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불편하고, 분노를 자극하고, 때론 무기력함마저 안겨줍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힘입니다.

      장 지글러는 학자로서의 냉철한 분석력과 활동가로서의 열정을 고루 갖춘 인물입니다. 그는 단순히 문제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이 기아의 책임자인지를 명확히 밝히고, 그들에 대한 도덕적 분노를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하면서도, 동시에 날카로운 구조 분석을 제공하는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특히 십 대 자녀에게 들려주는 형식은 이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된 구조는, 동시에 어른 독자에게도 통렬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정보 제공을 넘어서, ‘나의 소비가 다른 누군가의 굶주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자문을 불러일으키죠.

      그러나 아쉬운 점도 일부 있습니다. 책의 일부 설명은 다소 이분법적이거나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보다는 비판에 집중한 느낌도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단점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읽은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여운이 됩니다.

      요즘처럼 기후 위기, 전쟁,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식량 위기가 다시금 대두되는 시대에, 이 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시 읽혀야 할 책입니다. 굶주림은 자연재해도 아니고, 숙명도 아니며, 우리가 만든 ‘선택의 결과’라는 점을 되새기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