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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15.

    by. woosja

    목차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리뷰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리뷰

       

      📘 도서 소개: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신으로’

      저자: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
      출간: 2015년 / 번역: 조현욱 / 출판사: 김영사

      ‘인류의 역사책’ 하면 왠지 따분하고 학문적인 느낌부터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그 편견을 단숨에 깨버린 책이 있으니,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입니다. 이 책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가"*라는 물음에 정면으로 답하는 인문학적 통찰의 결정체예요.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의 역사학자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입니다. 단순한 역사 서술을 넘어서 철학, 생물학, 경제학, 인지과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인류의 본질을 파고드는 글쓰기로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죠.
      『사피엔스』는 출간되자마자 60여 개국 이상에서 번역 출판되었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저커버그도 추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의 유인원에서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다룹니다. 그 과정에서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이라는 굵직한 변곡점을 통해 문명이 진화해온 흐름을 날카롭고도 유려한 문체로 보여줍니다.

      『사피엔스』는 단순히 "과거를 설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힘을 가진 책입니다. “왜 인간은 신화를 만들고, 돈을 믿으며, 국가에 복종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들이 이 책에서 놀랍도록 설득력 있게 펼쳐집니다.


       

      📖 줄거리 요약: 인류의 여정을 통찰로 풀어낸 네 장의 대서사시

       

      인류는 어떻게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여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여정은 과연 축복이었을까, 혹은 착각의 연속이었을까?
      『사피엔스』는 바로 이 근원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유발 하라리는 수십만 년 전 아프리카의 평원을 배회하던 평범한 유인원 중 하나였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전 지구를 아우르는 거대한 문명을 이루고, 신의 자리에 가까워진 존재가 되었는지를 장대한 서사 속에 녹여낸다.

      책의 시작은 인류의 조상들이 숲속에서 살던 시기, 그들이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다양한 종들과 함께 지구를 공유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약 7만 년 전, 사피엔스는 생물학적으로 특별히 우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급격한 진화를 경험한다. 바로 ‘인지 혁명’이다. 이 혁명을 통해 인간은 갑자기 허구를 상상하고 믿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대규모 협력이 가능해진다.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이야기’를 만들고 퍼뜨리게 된 것이다. 이 능력은 마을 단위를 넘어 부족과 국가, 문명으로 확장되며, 인간이 타 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유연한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게 해줬다.

      이후의 흐름은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진보의 서사’와는 다소 다른, 하라리 특유의 시선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인류 문명의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 중 하나인 ‘농업혁명’이다. 흔히 우리는 농경을 인류 진보의 상징처럼 받아들이지만, 하라리는 이것을 “가장 위대한 사기극”이라고 표현한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안정된 식량을 확보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하루 대부분을 노동에 쓰게 되었고, 영양 불균형, 감염병, 계급과 사유재산 개념, 여성의 종속과 같은 새로운 문제들을 떠안게 된다.
      사실상 인간이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을 위해 인간이 스스로를 사로잡은 셈이다. 과거 수렵-채집 생활보다 오히려 삶의 질은 떨어졌다는 주장은 매우 도발적이지만, 수많은 역사적 근거로 뒷받침된다.

      시간이 흐르며 인간은 더 이상 작은 공동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규모 인류 집단을 조직하게 된다. 이때 등장한 것이 ‘허구의 질서’다. 돈, 법, 종교, 국가, 기업 등은 모두 인간의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모두가 그것을 ‘진짜’라고 믿기 때문에 작동한다.
      하라리는 이 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모두가 믿는 허구는 현실보다 강력하다.” 종교가 영혼의 구원이라는 믿음을 제공했다면, 돈은 신뢰라는 가치를 매개로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엮는다. 국가는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구성하고, 제국은 수많은 민족을 같은 제도 아래 통합한다.
      이러한 ‘허구의 힘’은 결국 인류를 수천만 명 단위의 문명으로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가장 극적으로 바꾼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과학혁명이다. 약 500년 전부터 시작된 이 혁명은 인류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신이나 전통적 권위가 아닌 ‘실험과 관찰’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지식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와 함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결합하며, 유럽은 산업화를 통해 전 세계로 팽창한다. 대륙 간 무역, 식민지화, 기술 발달, 금융 시스템의 등장까지… 인류는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풍요롭게 살아가게 되지만, 그 속에서 가치의 기준은 점점 불분명해진다.

      하라리는 이 대목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해졌는가?” 문명이 발달한 지금, 인류는 불과 수천 년 전보다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것을 소비하며, 더 큰 자유를 누린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개개인의 행복, 공동체의 연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은 과연 나아졌는가?

      마지막 장에서는 현대 인류가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놀라운 통찰로 글을 맺는다. 유전공학, 인공지능, 생명연장 기술 등은 인간이 단순히 생존을 넘어 ‘신이 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인류의 미래는 더 이상 사피엔스의 연장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 평가: 우리의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묻다

      『사피엔스』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닙니다. 마치 한 편의 장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주며, 그 속에서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듭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어렵고 방대한 주제를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하라리 특유의 문체 덕분이에요.

      가장 인상적인 점은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농업은 인류에게 정말 이득이었을까?’, ‘우리가 믿는 제도는 왜 존재하는가?’, ‘역사는 과연 진보만 했는가?’ 등의 질문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듭니다.
      또한, ‘돈’, ‘국가’, ‘종교’라는 민감한 주제를 직설적으로 다루면서도, 독자의 반발심보다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이 정말 뛰어납니다.

      하라리는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지금의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를 보는 눈,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 자기 인식의 깊이를 모두 확장시켜주는 도구 같아요.

      물론, 일부 독자들에겐 다소 도발적이고 냉소적인 시각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종교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분석이 너무 직설적이거나 비판적이라는 평도 있죠. 하지만 이 역시 ‘의도된 불편함’이자, 하라리가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불편함은 때때로 우리가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결론적으로 『사피엔스』는 인류사를 배우기 위한 책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책입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허구 위에 세워졌는지를 깨달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성찰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사피엔스』는 단순한 인류 역사서가 아닙니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마치 우주 밖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적인 여행이자,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깊은 질문에 정면으로 마주하는 철학적 사유의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히 ‘아, 인류는 이렇게 진화했구나’ 하는 지식만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둘러싼 수많은 전제를 재검토하게 됩니다. 우리가 믿어온 가치, 제도, 시스템, 심지어 ‘상식’까지 다시 생각하게 되죠.

      『사피엔스』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시선의 각도’**에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역사를 ‘인간 중심’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서술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인류의 진보를 무조건적인 발전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류가 ‘더 많은 식량을 확보했다’는 이유로 농업혁명을 진보로 받아들이는 기존 관점을 비틀며, “그 결과로 인간은 더 고달픈 삶을 살게 되었다”는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농업혁명은 인간을 밀의 노예로 만들었고, 결국 그 희생 위에 제국과 국가, 자본주의가 세워졌다는 것이죠.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특히 종교, 정치, 자본 같은 개념들을 다룰 때 그의 통찰은 때로는 불편함을 안기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돈’이라는 허구에 전 인류가 목숨을 거는 이유, ‘국가’라는 개념이 어떻게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지, ‘종교’가 어떻게 도덕과 윤리의 틀을 넘어 권력과 제국을 정당화했는지를 설명할 때는, 감탄과 동시에 냉소가 공존하게 되죠.

      하라리의 문체는 또한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학문적이면서도 독자를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고 명쾌한 언어로 복잡한 개념을 설명합니다. 그는 비유와 예시를 탁월하게 사용하여 ‘진화’나 ‘신화’, ‘허구의 질서’ 같은 개념을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법적으로는 ‘인격체’로 간주된다는 설명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아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기업이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감옥에 갈 수 있을까? 물론 아니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 기업에 충성하고, 투자하고, 심지어 감정을 느낍니다. 이런 설명을 통해 우리는 ‘실재’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연과 진화, 그리고 상상의 산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회적 허구 위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라리는 이 점을 강조하며, 우리가 마주한 현대 문명의 모습이 결코 자연스럽거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예컨대 자본주의가 유일한 경제 체제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그 ‘이야기’를 너무 오래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거죠. 종교, 국가, 법, 화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허구지만, 우리가 그것을 믿는 순간부터 현실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지식의 전달에만 머무르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의 신념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사실은 사회적 합의나 집단적 상상력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죠.
      이런 점에서 『사피엔스』는 단순한 읽을거리라기보다는, 사고의 프레임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어줍니다.

      물론, 이 책에 대한 비판도 존재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하라리의 해석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었거나, 학술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의도적 해석’이 때때로 사실보다는 메시지에 치중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라리는 사실을 나열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그 사실을 통해 생각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피엔스』의 매력은 그 방대한 서사를 한 권에 담아냈다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 70,000년의 인류사를 한 번에 정리한다는 것은 무모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는 매우 설득력 있게 그 일을 해냅니다.
      그것도 아주 대중적이고 접근성 높은 방식으로 말이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역사학자가 아니어도 괜찮고, 철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던지는 질문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개개인의 선택과 가치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사회,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세계 속에서 우리는 진정 어떤 삶을 원하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이 질문은 독서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생각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