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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감정이 결핍된 아이가 전하는 인간의 본질 📖 도서 소개 – 감정이 결핍된 소년의 세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온기
『아몬드』는 2017년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손원평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에요.
'감정 없는 소년'이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인간 감정의 본질과 사회 속에서의 공감 능력, 그리고 성장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낸 작품이죠.주인공 윤재는 뇌 편도체가 일반인보다 작아 공포나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해요. 즉, 의학적으로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 할 수 있는 상태죠.
이 소년이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나가는지를 담담한 어조로 풀어냅니다.작가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독특한 인물 구성인데, 여기에 또 다른 대척점에 선 인물 '곤이'를 등장시켜 극적인 대조를 보여줘요. 윤재와 곤이의 관계는 단순한 친구 이상의 상징성과 서사를 담고 있답니다.
손원평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감정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사람을 사람답게 여기는 기준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요.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에요.
📚 줄거리 – 감정이 없는 소년, 감정이 넘치는 친구를 만나다
주인공 윤재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뇌 구조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의 뇌 속 ‘편도체’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서, 흔히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공포,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결과 그는 또래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언제나 ‘이상한 아이’, ‘무표정한 아이’로 취급받으며 자라죠.하지만 그의 엄마는 그가 사회 속에서 잘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사회적인 행동 규범을 익히도록 가르칩니다.
엄마는 감정을 흉내 내는 법을 윤재에게 교육합니다. 미소 짓는 법, 상황에 맞는 표정 짓기, 적절한 말 하기 등을 반복해서 훈련시키며 윤재가 ‘정상처럼’ 보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윤재는 겉으로 보기에는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아이로 자랍니다.그의 작은 세상에는 윤재를 지극히 사랑하고 보호하는 엄마, 그리고 따뜻한 돌봄을 주는 외할머니가 있습니다. 이들은 윤재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를 있는 그대로 아끼고 감싸며 일상적인 삶을 살게 해줍니다.
하지만 이 조용하고 균형 잡힌 삶은 한순간의 사건으로 산산이 부서집니다.크리스마스이브, 윤재는 엄마, 할머니와 함께 외출하던 중 무차별 폭행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엄마와 할머니가 중상을 입습니다. 특히 엄마는 혼수상태에 빠져버리고, 윤재는 사실상 세상에 홀로 남게 됩니다.
윤재는 그 사건을 목격하고도 ‘감정이 결여된’ 특성 때문에 무표정하게 서 있었고, 그 모습은 또 다른 충격을 더하죠.이 사건 이후, 윤재는 홀로 남겨진 삶을 살아갑니다.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을 도우며 조용히 지내는 그는, 여전히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죠. 하지만 어느 날, 윤재 앞에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인물이 나타납니다.
바로 **‘곤이’**입니다.
곤이는 윤재와는 정반대의 존재입니다. 격렬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자주 보이는 아이. 그에게는 따뜻한 가족도, 돌봐주는 어른도 없습니다. 거칠고 불안정하며, 늘 분노와 방황 속에 사는 곤이는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낙인찍혀 있죠.이 둘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긴장감 있는 관계를 시작합니다. 곤이는 윤재의 무표정함과 침묵에 분노하고, 윤재는 곤이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묵묵히 바라봅니다. 처음엔 갈등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둘은 서서히 서로의 결핍을 이해하게 됩니다.
윤재는 곤이의 감정을 이해하고자 하고, 곤이는 윤재를 통해 분노 외의 감정을 배우게 됩니다.이러한 관계의 중심에는 ‘감정의 본질’이 놓여 있어요.
윤재는 처음에는 곤이를 관찰하듯 바라보며, 감정을 분석하고 기록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는 처음으로 자신 안의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단순히 감정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려는 마음이 자라나게 된 것이죠.그 과정 속에서 윤재는 다른 친구들도 만나고, 작지만 따뜻한 우정을 쌓기도 합니다.
어린 소녀 '도라'와의 만남은 그에게 또 다른 감정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도라는 밝고 개방적인 성격으로 윤재에게 계속 말을 걸고, 윤재는 그런 도라를 통해 ‘설렘’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죠.윤재와 곤이의 관계는 어느 날 폭발적인 사건을 통해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곤이의 과거, 그리고 그가 짊어진 분노가 윤재 앞에서 폭발하게 되고, 윤재는 선택의 순간에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던 아이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비록 완전하지 않지만, 그는 분명 ‘사람다운 무언가’를 배워나가고 있는 것이죠.마지막 장면에서 윤재는 말합니다.
“나는 아직도 감정이 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짧은 고백은 이 소설의 핵심을 찌릅니다. 감정의 유무가 아닌, 이해하려는 의지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 평가 – 감정과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명작
『아몬드』는 단순한 청소년 성장 소설이 아니에요. 감정을 잃어버린 아이와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이 둘의 만남을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정면으로 묻고 있거든요.
손원평 작가는 문장을 절제하면서도 울림 있게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묘사는 많지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에 깊은 고민과 상징이 녹아 있어요. 윤재의 건조한 1인칭 시점은 독자들에게 더 큰 몰입감을 줍니다. 감정을 설명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함의가 너무 커서 더 큰 감정을 느끼게 하죠.
특히 윤재와 곤이의 관계는 이 소설의 백미예요. 둘 다 결핍을 안고 있지만, 서로를 통해 인간으로서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도 먹먹합니다.
또한 사회가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기준에 대해 반문하고, 진짜 공감과 소통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요.이 책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설명하지 않음’에서 오는 여백이에요. 작가는 인물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해석하게 하죠. 이 방식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남겨줘요.
감정을 잃은 소년이 감정을 얻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감정의 중요성과 무게를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일부 독자에게는 윤재의 서술이 너무 무덤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이건 오히려 윤재라는 캐릭터의 특성과 연결되기에 단점이라기보다는 의도된 장치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아몬드』는 심리적, 철학적 울림을 지닌 수작이에요.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권할 수 있는 작품.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감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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