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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회색인간』도서소개, 줄거리,평가 – 존재하지만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

by woosja 2025. 3. 20.


회색인간

도서소개


김동식의 『회색인간』은 한국 웹소설에서 출발해 출판된 독특한 단편집이다. 특이한 점은 저자가 공장에서 근무하며 틈틈이 네이버 카페 *"브릿G"*에 연재했던 단편들이 큰 인기를 얻으며 정식 출간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설정과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담고 있으며, 특히 『회색인간』은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단면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단편 1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SF나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과 맞닿아 있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주인공들은 ‘회색인간’처럼 존재감 없는 사람들, 무기력하게 시스템에 순응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며, 독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 소개
김동식 작가는 2016년부터 네이버 카페 브릿G에 단편을 연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기존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이력—공장에서 근무하며 취미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경력—으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의 작품은 신선한 소재, 빠른 전개, 강렬한 반전이 특징이며, 『회색인간』을 시작으로 『양심 고백』, 『세상에서 유일한 6월 13일』 등 다양한 단편집을 출간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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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회색인간』은 개별적인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현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디스토피아적 설정이 녹아 있다.


1. 〈회색인간〉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단편.
‘회색인간’은 정부가 만든 특별한 존재다. 그들은 기억이 지워진 채 사회의 부속품처럼 살아간다. 언제, 어디서나 정부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며, 사라져도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 주인공은 자신이 회색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반항하려 하지만, 끝내 무력하게 순응하게 된다.


2. 〈방관자들〉
한 남자가 납치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경찰도, 주변 사람들도 "나중에 신고하겠지"라며 외면한다. 결국 피해자는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 역시 방관자의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자기 합리화를 한다. ‘모두가 방관자가 되는 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3. 〈새벽 네 시의 랭면집〉
도시는 잠들어 있지만, 새벽 네 시에만 영업하는 이상한 냉면집이 있다. 주인공은 이곳을 우연히 방문하고, 식사를 마친 후 세상이 미묘하게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냉면을 먹은 후 그는 더 이상 ‘기억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4. 〈가족〉
인간은 원래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존재였다면? 이 단편에서는 가족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등장한다. 태어나자마자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설정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각 단편은 현실과 맞닿아 있는 기괴한 설정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김동식 작가 특유의 짧고 강렬한 이야기들이 모여 독자들에게 충격과 사색을 동시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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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회색인간』은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다.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김동식은 전통적인 소설 문법을 따르기보다는 짧고 강렬한 이야기, 빠른 전개, 예측 불가능한 반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가장 큰 장점은 몰입감이다.
책 한 권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대사와 사건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한 편의 블랙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하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불편한 현실을 극단적인 설정으로 재현한다. ‘방관자의 죄책감’, ‘사라져도 기억되지 않는 인간’, ‘집단 이기주의’ 같은 문제들을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도 과하게 교훈적이지 않다. 독자는 이야기 속에서 메시지를 스스로 발견하고, 깊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일부 단편들은 너무 짧고 급작스럽게 끝나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서는 깊이 있는 설정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이야기의 구조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단편을 읽으면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색인간』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김동식 작가는 "소설은 반드시 문학적이어야 한다"는 기존의 틀을 깨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주변에서 스쳐 지나가는 ‘회색인간’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