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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낙타의 뿔』 속 삶과 사유의 힘 도서소개,줄거리,평가

by woosja 2025. 3. 22.


낙타의뿔

1️⃣ 도서 소개


『낙타의 뿔』은 유순례 작가가 쓰고, 교육과실천 출판사에서 펴낸 인문 에세이로, 교사이자 엄마, 작가이자 사상가로서의 복합적인 시선이 담긴 책입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죠. ‘낙타의 뿔’이라니? 낙타에 뿔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 텐데, 굳이 그런 상상 속의 존재를 빌려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요? 작가는 이 표현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꿈꾸고, 현실의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자세를 말합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며, 각 장마다 사회 구조, 교육 문제, 젠더 갈등, 공동체의 의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사회 비평을, 자신의 삶과 직업, 인간관계 속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냅니다. 글 곳곳에서 유순례 작가 특유의 사색과 위트가 번갈아 고개를 내밀고 있어요.

특히 인상적인 건 작가가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우리는 어디서 길을 잘못 들었는가?' 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그런 질문 속에서 독자 각자가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답은 주지 않지만, 질문은 확실히 던지는 책. 그리고 그 질문은 생각보다 깊고 날카롭습니다.

유순례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교직 생활을 오래 했으며, ‘우리말살리기운동’, ‘참교육학부모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교육 현장과 사회를 연결짓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인물입니다. 『낙타의 뿔』은 그녀의 첫 단독 에세이집으로, 이전의 강연이나 칼럼에서 볼 수 있던 사유를 더 단단하고 문학적으로 엮어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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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줄거리


『낙타의 뿔』은 이야기 중심의 전통적인 줄거리를 따르지는 않지만, 각 에세이마다 주제와 전개 방식이 명확하게 흐름을 이루고 있어 마치 하나의 장편 서사처럼 읽힙니다. 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정체성’, ‘관계’, 그리고 ‘사회 구조’.

1부에서는 주로 작가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교사로서의 경험,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차별, 엄마로서 감당해야 했던 교육의 무게 같은 것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단지 ‘나’의 경험으로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의 문제로 확대됩니다. "나는 왜 항상 웃으며 참아야 했을까?"라는 질문은 곧 "여성은 왜 침묵해야만 했을까?"로 전환되죠.

2부는 공동체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어른들’ 사이에서 작가는 자주 벽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벽을 넘기 위해 애쓰며 갈등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때론 좌절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와 연결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중심에 있습니다.

3부는 보다 구조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한국 사회의 정치와 언론,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통찰력 있게 짚어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찰은 독자로 하여금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봤는가?" 되묻게 만듭니다.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우리가 얼마나 뿌리 깊은 관습과 싸워야 하는지도 솔직하게 드러내죠.

책의 마지막 부분은 마치 ‘후기’처럼 작가의 다짐과 독자에 대한 인사로 마무리됩니다. 글을 마치며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낙타에게 뿔이 없다고 해서, 그 뿔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마주하고도 끝내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바치는 응원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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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가


『낙타의 뿔』은 단순한 에세이집이 아닙니다. 철학적 질문, 사회 비판, 교육 현장의 생생한 사례, 그리고 따뜻한 인간애까지 모두 녹아든 ‘사유의 보고(寶庫)’에 가깝습니다. 특히 유순례 작가의 글은 무겁고 날카로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상하게 편안하게 읽힙니다. 마치 오랜 친구와 커피 한잔하며 세상 이야기 나누는 기분이에요.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진정성입니다. 억지로 멋을 부리거나 현학적인 표현 없이, 진솔한 삶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회 비판이 이어집니다. 작가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꾸밈없이 드러내며, 때론 ‘나는 틀릴 수도 있다’는 불완전한 모습도 숨기지 않아요. 이런 태도는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점은, 각 장의 문장이 짧고 힘 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길게 늘어놓지 않고, 핵심을 콕콕 찌르는 문장이 많아요. 이런 문장력 덕분에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깊이 박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시처럼, 또 때로는 선언문처럼 읽히기도 하죠.

다만, 이 책은 누구에게나 쉬운 독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낮거나, 불편한 진실에 마주하는 걸 꺼리는 독자에게는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또한 ‘정답’을 주는 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유순례 작가의 ‘질문 중심’ 서술 방식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철학이자 매력입니다.

『낙타의 뿔』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신념, 사회,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동시에 그런 고민이 단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오늘 내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를 결정짓는 실천의 문제임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쩌면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일 수도 있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상을 보는 나’가 조금 달라졌음을 느끼게 될 거예요. 그만큼 내면의 울림이 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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