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식이 문장의 씨앗이 된다
작가의 첫 문장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이 말은 단지 추상적인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의 모순, 개인의 갈등, 시대의 불안, 심리의 단절 등 어떤 감정적·사상적 긴장 속에서 태어난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찌르고, 끝내 공명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지망생은 글의 형식이나 문체, 장르에 몰두한 나머지, 글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놓친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당신이 처음 훈련해야 할 것은 ‘문제의식을 키우는 눈’을 가지는 일이다.
문제의식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다. 그저 지나치는 사소한 장면 속에서도 ‘왜 저럴까?’라고 묻는 순간, 그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예컨대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노인을 보며 단순히 ‘외로워 보인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감정적인 시선은 갖췄다. 그러나 “그는 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이미 문제의식을 작동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식은 인간 본연의 결핍과 맞닿아 있다. 사랑받지 못하는 자, 소속되지 못한 자, 기억되지 못한 자, 그리고 저항하지 못한 자들. 이들은 사회에서 쉽게 지워지지만, 작가의 세계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문제의식이란 바로 이들을 ‘보는’ 감각이다. 이 감각이 살아있다면, 당신의 글은 언제든 출발할 수 있다.
2. 문제를 발견하는 실전 훈련법
문제의식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야 하는 감각이다. 그리고 훈련은 생각보다 일상에서 간단히 시작할 수 있다. 첫째는 ‘하루 한 문장 훈련’이다. 오늘 하루 당신이 겪은 어떤 사건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 한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아이가 울었고, 어른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이 문장 뒤에 붙는 작가의 시선은 무엇인가? ‘아이의 울음보다 어른들의 외면이 더 시끄러웠다’는 문장이 나왔다면, 이미 당신은 문제의식을 품은 작가다.
둘째는 ‘뉴스 클리핑 훈련’이다. 하루 한 개의 뉴스를 고르고, 그 뉴스가 다루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해보자. 언론은 언제나 중심 인물에 집중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주변부, 들리지 않는 목소리, 보이지 않는 배경에 집중해야 한다. 뉴스에서 ‘교통사고’라는 보도를 봤다면, 사고 차량 뒤에서 멈춰 선 또 다른 누군가의 감정을 추적해보라. 문제는 거기에 있다.
셋째는 ‘작가 노트 훈련’이다. 가방 속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며, 일상에서 떠오르는 의문을 기록하라. ‘왜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관심 없는 척할까?’, ‘침묵은 진짜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구에게도 완전히 이해받을 수 없는 존재일까?’ 이런 문장 하나하나가 당신의 글을 살찌운다. 작가는 정답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진심을 탐색하는 사람이다.
3. 작가적 시선으로 문제를 해석하는 방법
문제를 발견하는 감각을 넘어서,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작가의 역량이다. 같은 문제를 보고도 누군가는 비판적으로, 누군가는 철학적으로, 또 누군가는 시적으로 풀어낸다. 문제를 바라보는 당신만의 해석 방식은 당신의 작가적 색깔이 된다.
첫째, 감정 중심 해석법이 있다. 이 방법은 주로 인물의 내면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예컨대 ‘부모의 부재’를 다룬다면, 그것이 인물에게 남긴 상처, 결핍,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세계관에 집중한다. 이 방식은 독자에게 깊은 감정적 몰입을 유도한다.
둘째는 구조적 해석법이다. 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제도적 틀 안에서 문제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가령 ‘청년의 고립’이라는 주제를 바라볼 때, 단순히 외로움이나 우울함을 넘어서 왜 이 시대에 청년이 사회로부터 단절되고 있는지를 파헤친다. 작가는 여기서 사회학자처럼 문제의 원인을 탐구하고, 동시에 문학적 방식으로 그것을 드러낸다.
셋째는 상징적 해석이다. 이것은 비유나 상징을 통해 문제를 암시적으로 전달하는 기법이다. 똑같이 ‘억압’을 다룬다 해도, 그것을 감옥이나 얼음 속에 갇힌 새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상징은 독자의 무의식과 연결되어, 훨씬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해결’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감’을 유도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내기보다, 때로는 조용히 묻는다. “당신도 이런 기분이었던 적이 있지 않나요?” 독자는 그 질문 하나에 스스로를 비추며, 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4. 문제를 확장하는 상상력의 기법
문제를 포착했다고 해서 곧바로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가 할 일은 그 문제를 넓게, 깊게, 입체적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이 확장은 단순히 분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더 많은 질문과 감정을 던지기 위한 장치다. 이때 필요한 도구가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현실을 비틀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힘이다. 예를 들어 ‘가난’이라는 문제를 포착했다면, 그것을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에 머물지 않고, 세대 간 갈등, 교육 기회의 불균형, 사랑의 조건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확장의 시작이다. 그리고 상상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작가는 ‘무엇이 있을 법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가능할까’를 묻는다. 여기서 중요한 훈련은 바로 ‘만약 ~라면?’이라는 상상의 문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만약 이 가난한 소년이 로또에 당첨된다면?”, “만약 그 돈으로 가족을 떠난다면?”, “만약 그 가족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런 식의 상상은 하나의 문제에서 수십 개의 갈등과 이야기 축을 만들어낸다.
또한, 시공간의 확장은 이야기의 밀도를 더한다. 시간적 확장이란 현재의 문제를 과거의 뿌리로 추적하거나, 미래의 파장으로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공간적 확장은 문제를 한 인물의 이야기에서 집단, 사회, 세계로 확산시키는 과정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시선과 가치관을 드러내게 되며, 그것이 곧 ‘문학적 상상력’의 깊이가 된다.
작가 지망생에게 권하고 싶은 훈련 중 하나는 ‘문제 지도 그리기’다. 중심에 하나의 문제를 쓰고, 그 문제에서 파생되는 감정, 인물, 사건, 시대적 배경을 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훈련이다. 이 과정을 통해 당신은 단편적인 시선을 넘어 입체적인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확장은 단지 부연이 아니라, 이야기의 감정 밀도를 고조시키는 필수 도구이다.
5. 문제를 이야기로 변환하는 서사 설계법
문제는 질문을 던지고, 상상력은 그것을 확장시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소설이 되지 않는다. 이제 그 모든 것을 독자가 따라올 수 있는 ‘이야기’로 구조화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서사 설계 능력이다. 문제에서 출발한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기승전결로 정리할 것인가, 어떤 인물을 통해 그것을 구현할 것인가, 어떤 분위기와 배경으로 감정을 증폭시킬 것인가, 이 모든 고민은 작가의 기술이 된다.
첫 단계는 ‘문제의 주인공’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단순한 감정의 도구가 아니다. 그는 그 문제를 품고, 갈등하고, 끝내 어떤 선택을 하는 존재이다. 이 인물은 작가의 분신이기도 하며, 독자의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인물을 만들 때는 그가 왜 이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 문제로 인해 어떤 내적·외적 갈등을 겪는지를 서사에 녹여야 한다.
두 번째는 ‘갈등 구조 설계’이다. 문제는 언제나 갈등을 동반한다. 내부 갈등(예: 죄책감, 불안, 분노)과 외부 갈등(예: 가족과의 충돌, 사회적 억압 등)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것이 깊은 이야기를 만드는 핵심이다. 이 갈등은 단지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성장을 유도하는 원동력이 된다.
세 번째는 ‘서사의 리듬을 조절하는 장치’다. 이야기는 일정한 긴장감과 이완을 반복하며 독자의 몰입을 유지해야 한다. 단지 비극만 나열하거나, 계속 극적인 전개만 반복하면 독자는 피로감을 느낀다. 작가는 갈등 사이에 평온함, 여유, 유머, 일상의 감정을 적절히 배치해 서사의 리듬을 조절해야 한다.
네 번째는 ‘결말의 개연성’이다. 어떤 결말이든, 그것이 반드시 문제의 해결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해결보다도 ‘이해’와 ‘공감’이다. 주인공이 문제를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이 독자에게 어떤 감정적 울림을 주는지가 이야기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이러한 서사 설계는 결국 독자에게 ‘한 인물의 인생’을 체험하게 하는 일이다. 작가는 그 여정의 길잡이다. 당신의 문제의식, 상상력, 감정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인물로 살아 움직일 때,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 문제에서 출발한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생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도록, 이 서사 설계는 끝없는 훈련과 고민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