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도가 온대. 오늘은 안 오지만, 내일은 올 거래."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읽고 나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작품이다. 두 남자가 아무것도 없는 길가에서 ‘고도(Godot)’라는 존재를 기다린다. 하지만 고도는 끝내 오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같은 대화를 나누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을 보낸다.
이 희곡은 20세기 연극의 판도를 바꾼 작품으로, ‘부조리극(Absurd Theatre)’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부조리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불확실하고 모순적인지 보여주는 장르다. 세상은 종종 이해할 수 없고, 우리는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결국 기다림뿐인 나날을 보낼 때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절망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작은 몸짓들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기다림 속에서도 가끔은 웃고, 장난을 치고, 떠나겠다고 하지만 결국은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고도는 누구일까? 신일까, 구원일까, 아니면 그냥 오지 않는 어떤 약속일까.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어쩌면 우리도 어딘가에서 ‘고도’를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줄거리
어느 황량한 길가. 앙상한 나무 한 그루. 해질녘이 되면, 두 남자 **에스트라공(Gogo)과 블라디미르(Didi)**가 나타난다. 그들은 고도(Godot)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도가 누구인지, 왜 기다리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다만, "오늘은 안 오지만, 내일은 올 거다"라는 소년의 말을 믿고 다시 내일을 기다릴 뿐이다.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신발을 벗고,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때로는 서로를 원망하고, 떠나겠다고 하지만, 결국 **"가볼까?"**라고 말한 뒤 그 자리에 그대로 선다.
그러다 어느 날, 포조(Pozzo)와 럭키(Lucky)라는 이상한 두 남자가 나타난다. 포조는 오만한 남자고, 럭키는 포조에게 끌려다니는 하인이다. 포조는 럭키를 잔인하게 부리지만, 럭키가 명령을 받으면 기계적으로 끝없는 철학적 헛소리를 쏟아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말들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삶의 부조리함과 의미 없는 지식의 나열을 풍자하는 장면으로 보인다.
그들이 떠나고 나면, 다시 소년이 찾아와 "고도는 내일 온다"고 말한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다시 기다린다.
다음 날이 되면,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사람들이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포조는 장님이 되었고, 럭키는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조차 변해버린 동안,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여전히 같은 곳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며 고도를 기다린다.
그리고 해가 진다.
"가볼까?"
"그래, 가자."
하지만 그들은 그대로 서 있다. 그리고 연극은 끝난다.
어쩌면, 이 기다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가
이 작품을 처음 읽으면,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나 싶다.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똑같은 대화와 행동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 지루함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도 살면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순간이 많지 않은가? 어떤 사람은 사랑을 기다리고, 어떤 사람은 성공을 기다린다. 혹은 아무 이유 없이 내일이 달라지길 바라며 기다릴 때도 있다. 하지만 고도처럼,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끝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다림은 의미가 없는 걸까?
베케트는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은 의미가 있다. 혼자였다면 견디지 못했을 이 지루한 기다림을, 그들은 대화하고 장난치며 버틴다. 삶이란 어쩌면, 이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 작품은 연극으로 볼 때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말과 침묵, 반복되는 동작들 속에서 인간 존재의 허무함과 희망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를 비추는 거울 같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지?"라고 묻게 만드는 이 작품은, 어쩌면 그 자체가 하나의 질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기다림이 끝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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