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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화해 - 캐릭터 간의 충돌로 이야기

by woosja 2025. 5. 14.

 

갈등과 화해 - 캐릭터 간의 충돌로 이야기


1. 갈등은 캐릭터를 움직이게 한다

소설을 쓰려는 이들에게 가장 흔히 들리는 조언 중 하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라”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문장에는 깊은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며, 주인공이 어디론가 가고 무언가를 하고, 결국 어떤 결론에 도달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이야기는 캐릭터가 갈등 속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갈등이란 무엇일까요? 갈등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하는 힘’입니다. 다시 말해, 캐릭터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내적 혹은 외적 요인이 갈등을 형성합니다. 작가가 만들어내야 할 것은 이 갈등을 통해 캐릭터의 심리를 드러내고, 그로 인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한 평범한 청년이 유명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합시다. 이 설정만으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청년이 가난한 집안 출신이고, 가족이 그의 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생계를 위한 취업만을 요구한다면? 혹은 그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면? 이 모든 상황이 그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때 생기는 것이 바로 ‘갈등’입니다.

갈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입니다. 내적 갈등은 캐릭터 자신의 심리 안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말하며, 외적 갈등은 다른 캐릭터나 환경과의 대립에서 비롯됩니다. 예컨대, 이상적인 윤리를 추구하는 주인공이 현실적인 부패한 조직에 들어가면서 느끼는 양심의 괴로움은 내적 갈등이며, 그 조직의 상사와 직접 대립하게 되는 것은 외적 갈등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일수록 갈등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캐릭터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자마자 새로운 갈등을 맞닥뜨리게 만들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이 갈등들이 단순히 사건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 배경, 과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독자는 캐릭터에게 몰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여성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단순히 한 사람을 향한 감정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과거의 이상과 성취, 계층 상승의 상징이며,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조작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쌓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개츠비의 내면에 복잡한 갈등을 일으킵니다. 그는 데이지를 사랑하면서도 그녀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그녀가 현재 속한 계급의 벽을 넘고자 하면서도 결국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갈등은 캐릭터의 진정한 욕망을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작가는 캐릭터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왜 원하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욕망이 강할수록 갈등은 자연스럽게 치열해지고, 그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곧 이야기가 됩니다. 캐릭터가 욕망을 포기하거나, 더 큰 대의를 위해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는 순간은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고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결국, 갈등이 없는 이야기는 평면적이고 밋밋합니다. 갈등이야말로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진짜 힘입니다. 작가는 갈등을 설계할 줄 알아야 하며, 그 갈등을 통해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치밀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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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갈등이 깊을수록 화해는 빛난다

이야기에서 갈등이 클수록, 그 끝에 도달하는 화해는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러나 화해는 단순히 사건의 정리를 위한 장면이 아닙니다. 진정한 화해란 성장을 통한 이해와 용서의 순간이며, 이야기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장치입니다.

많은 신인 작가들이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화해를 너무 단순하게 처리한다는 점입니다. 두 인물이 오랜 시간 갈등을 겪고, 독자는 그 사이에서 긴장과 몰입을 이어왔는데, 갑자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독자는 실망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감정곡선이 급작스럽게 낙하하면서, 극적 긴장이 허무하게 풀려버리기 때문입니다.

화해는 갈등만큼이나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캐릭터가 왜 화해하게 되었는지,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쳤는지, 그동안의 사건들이 어떻게 그의 태도를 바꾸었는지를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캐릭터의 내면 변화가 설득력 있게 드러나야 진정한 화해가 완성됩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들, 특히 기쁨과 슬픔이 처음에는 충돌하지만, 점점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 화해는 단순한 감정의 화합을 넘어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슬픔도 필요한 감정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해는 단순한 사건 해결이 아니라 주제의 정점을 나타내는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예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는 이지안과 박동훈의 관계를 통해 상처 입은 두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복잡하고도 진실한 화해가 이루어집니다. 이들의 화해는 말 몇 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행동들, 오해의 반복, 침묵의 시간들 속에서 서서히 쌓여갑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인물은 성장하고, 관객은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며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화해는 반드시 양방향이어야 합니다. 한쪽만 변화하거나 사과해서는 진정한 화해가 아닙니다. 서로가 조금씩 물러서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할 때, 비로소 감정의 교차점이 형성됩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인위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고 점진적으로 묘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해가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초기의 갈등이 단지 외부적인 사건에 의해 발생했다면, 그 화해는 캐릭터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변화했을 때만 가능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해는 이야기에서 가장 강력한 감정적 보상을 줄 수 있는 장면입니다.

작가는 이 화해의 순간을 가장 아름답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독자가 그 장면을 기억하고 곱씹을 수 있도록 남겨야 합니다. 말없이 바라보는 눈빛 하나, 어깨에 살짝 얹는 손길 하나가 진심을 전하는 순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섬세한 묘사가 화해의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화해는 단지 결말이 아니라, 이야기의 완성입니다. 모든 갈등이 그 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화해는 이야기의 진정한 결실입니다. 그러므로 작가는 화해 장면을 가장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써야 하며, 그것이 이야기 전체를 감동적으로 마무리하는 결정적 요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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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갈등과 화해는 주제를 강화한다

훌륭한 이야기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는 반드시 ‘주제’를 품고 있습니다. 주제란 작가가 이야기 속에 녹여 넣은 중심 사상이며, 독자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마음에 남는 울림입니다. 그리고 이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는 다름 아닌 갈등과 화해입니다.

갈등은 단순히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나열이 아닙니다. 이야기 속에서 갈등은 주제를 향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주제가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라면, 작가는 캐릭터들이 서로를 배신하거나 오해하는 장면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용서란 어디까지 가능할까?”, “사과 없는 관계에서 용서란 성립할 수 있는가?” 이런 의문들이 갈등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후 화해는 그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 됩니다. 캐릭터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하고, 때로는 서로를 향한 희생을 감수하며 화해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서사 속에 녹여냅니다. 이때 그 메시지는 독자에게 강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며,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이처럼 갈등과 화해는 주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독자는 인물들이 겪는 고통, 충돌, 오해, 후회, 이해, 성장의 과정을 따라가며 마치 스스로 삶의 어떤 진실을 깨달은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 감정이 바로 이야기의 본질이며, 작가가 독자에게 남기고자 하는 진심입니다.

주제는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희생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라고 쓰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서사가 아닌 설명문이 됩니다. 그러나 인물들의 갈등과 화해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희생은 훨씬 더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이를 위해 작가는 갈등과 화해 장면을 설계할 때 주제와의 연결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은 ‘계층 간의 단절과 위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단순히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설명되지 않습니다. 대신,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 사이의 미묘한 갈등들, 그 갈등이 점차 누적되어 폭발하는 순간, 그리고 그 결과로 도달하게 되는 파국과 슬픈 화해의 부재를 통해, 우리는 ‘이 사회에서 진정한 화해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품게 됩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잘 짜인 갈등과 그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주제를 드러내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서사적 장치입니다.

결론적으로, 갈등은 주제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화해는 그에 대한 해답입니다. 이 둘이 제대로 연결될 때,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의 연속을 넘어 하나의 메시지를 품은 ‘작품’이 됩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삶의 진실, 인간의 본질, 사회적 고찰 등이 모두 갈등과 화해의 구조 속에 스며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작가는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갈등과 화해를 설계해야 하며, 이를 통해 독자의 내면을 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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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차 예고:
플롯의 비밀 - 작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 구조 3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