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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3. 31.

    by. woosja

    목차

       

      픽션들 도서소개,줄거리,평가

      픽션들

      도서 소개


      『픽션들(Ficciones)』은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가 1944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집으로, 현대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책의 제목처럼 이 소설집은 '허구(fiction)'를 다루고 있지만,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것들을 품고 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복합적인 구조, 철학과 수학, 신화와 언어학, 존재론적 탐구가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 절묘하게 녹아 있다.

      보르헤스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책을 인용하거나, 가상의 나라와 인물들을 만들어내면서 독자에게 혼란과 경이를 동시에 선사한다. 마치 거울 속의 거울처럼 무한히 반사되는 이미지처럼, 그의 글은 하나의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우주를 담고 있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는데, 『픽션들』은 바로 그런 말의 실현 그 자체다. 단순히 소설로 읽기보다는, 철학적 사고 실험이자 메타픽션의 정수로 접근해야 한다.

      『픽션들』은 총 1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는 「허구의 세계」, 두 번째는 「예술과 시간에 대한 탐구」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어떤 보이지 않는 공통된 테마, 즉 “현실은 허구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철학, 문학 이론, 언어학, 수학, 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읽는다’기보다는 ‘사유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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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픽션들』은 전통적인 줄거리를 가진 작품이 아니다. 각각의 단편은 독립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면서도, 형식과 주제 면에서 유기적인 통일성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이 소설집의 대표적인 단편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해본다.

      1. 『톨른,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이 단편은 픽션들과 보르헤스 문학 세계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친구와의 대화 중에 알게 된 ‘우크바르’라는 나라. 하지만 사전에는 이 나라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러던 중, 한 권의 책에서 이 우크바르와 관련된 더 자세한 세계 ‘톨른’이 소개된다.
      이 세계는 인식론적 이상주의에 기반을 둔 철학을 가진 가상의 문명이다. 문제는, 이 허구의 세계가 점차 현실 세계에 침투하기 시작한다는 것.
      이 작품은 '픽션이 어떻게 현실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메타적 질문을 던지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문다.

      2. 『바벨의 도서관』


      보르헤스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무한한 방과 책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이 배경이다.
      이 도서관에는 가능한 모든 조합의 글자가 쓰인 책들이 존재한다. 그 안에는 모든 진실과 모든 거짓, 모든 가능성이 있다.
      주인공은 이 광대한 도서관 속에서 진실한 책 한 권을 찾으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길을 잃는다. 이 이야기는 정보와 지식, 무한성과 우연성에 대한 철학적 비유다.

      3. 『죽지 않는 자』


      한 병사가 ‘불사의 강’을 마시고 죽지 않게 되면서 겪는 존재의 고통을 담은 이야기다.
      불사의 삶이란 과연 축복일까? 시간이 무의미해진 존재는 삶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을까?
      이 작품은 고전 문학과 신화, 존재론적 질문을 한데 묶은 보르헤스다운 철학적 우화다.

      4. 『심문』과 『카타콤바의 거울』


      두 작품 모두 ‘거울’과 ‘이중성’, ‘시간’에 대한 보르헤스의 집착을 보여준다.
      현실의 균열을 찾아내고, 거기서부터 허구가 현실을 침범하는 과정을 독특하게 서술한다.

      이 외에도 『픽션들』에는 현실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독특한 방식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줄거리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형식’과 ‘철학’이며, 이 작품들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소설 형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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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


      『픽션들』을 처음 읽는다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감정은 ‘혼란’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이야기의 구조, 기승전결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당혹감을 줄 수 있다. 줄거리 자체가 파편적이고, 명확한 인물이나 서사적 완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독자는 점차 새로운 독서의 방식을 배우게 된다. 보르헤스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픽션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사고의 미궁'**이다. 독자는 작가가 만든 거대한 미로 속을 걸으며, 현실인지 허구인지 모를 세계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미로에는 종교, 신화, 언어, 수학, 존재론적 질문이 곳곳에 숨어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문학적 사고 실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독자에게 능동적인 독서를 요구한다. 보르헤스는 곳곳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 책이나 인물, 사건을 교묘하게 삽입한다. 그로 인해 독자는 “이게 진짜일까, 허구일까?”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독서는 하나의 탐색 행위로 확장된다.
      그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가 아니라, 지적 유희를 설계하는 설계자다.

      단점이 있다면, 이 책은 분명히 '친절한 책'은 아니다. 철학, 문학이론, 고전, 신화에 대한 일정 수준의 배경지식이 없으면 내용이 너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식이 없어도, 그의 언어가 가진 시적 리듬과 상징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이다. 다만, 쉽게 읽히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완독하려 하지 말고, 한 편씩 천천히 곱씹으며 읽는 방식을 추천한다.

      『픽션들』은 단순한 독서가 아닌 ‘사유의 체험’이며, 현대 문학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을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책’이라는 점에서, 평생 곁에 두고 여러 번 읽게 될 작품이 될 수 있다.